10월 하면 생각나는 것은?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물론 그도 사실이지만, 많은 영화 팬들에게 10월은 PIFF, 부산 국제영화제가 떠오르는 달이다. 365일 중 360일이 영화제가 열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한국에서, ‘부산 국제영화제’는 국내 최대의 규모이며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10년을 훌쩍 넘기고 올해 13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그 PIFF가 시작했다!
영화제에서 가장 사람도 많고 재미있는 행사가 많은 날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인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는 10월 3일 개천절의 연휴가 금요일에 보기 좋게 들어가 있던 탓에, 더욱 북적거리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남포동에서 시작돼 자갈치 시장과 더불어 북적거리고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했던 부산 국제영화제는 이제 어엿한 규모와 명예를 갖춘 영화제가 됐다. 해운대 일대와 남포동을 아우르며 열리는 13회 PIFF! 대학 시절 내내 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고 싶었지만, 늘 2학기 중간고사 기간과 겹쳤던 탓에 가지 못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올해, 중간고사를 면제(?) 받은 마지막 기회! 서슴없이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예약했다. 지금부터 2박 3일간 이어진, 첫 PIFF의 경험을 공개한다.

10월 3일
3일로 이어지는 연휴인데다 한국의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제인 만큼, 기차표 예약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겨우 잡은 기차표는 무려 3일에 출발하는 첫 KTX 열차. 새벽 다섯 시, 첫 버스를 타고 도착한 서울역은 여전히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기차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자 영화제 때문에 부산을 찾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개찰구로 모여들었다.
서울과 부산. 대한민국 제1의 도시와 제2 의 도시. 어린 시절만 해도 한나절은 투자했어야 했는데 3시간이면 도착한다니. 부산을 방문한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KTX를 타고는 처음이었다. 새벽에 일어나느라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다 보니, 어느덧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에 내린 많은 사람들은 부산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을까? 나가는 곳으로 걸어가다 보니 뒤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어? 똑같네!”
설마 부산역이
"와~!! 해운대 바다다!!"
아침 식사도 못하고 내려온 터라,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난 뒤 한 시간 늦게 도착한 다른 일행을 기다려 드디어 해운대로 향했다. 부산역과 해운대는 버스로 약 한 시간. 부산역은 영화제 상영관이 있는 남포동과는 지하철 역으로 두 정거장에 불과하지만 해운대와는 꽤 거리가 멀다.
버스를 타겠다고 ‘부산’을 떨다 보니, 부산에 내리고 나서 첫 번째 고민이 시작됐다. 버스를 타기는 해야 하는데, ‘과연 부산 버스에도 서울에서 사용하던 버스 카드가 될까?’하는 것.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고 충전식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후불식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자신있게 카드를 갖다 댔건만! 기계는 조금의 반응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허둥지둥 요금인 천오백 원을 다시 지갑에서 꺼내느라 ‘부산’하게 굴었다.
그렇게 가다 보니 어느덧 미리 잡아 둔 해운대 근처 숙소에 도착. 개막식 취재차 먼저 도착해 있던 일행과 반갑게 조우하고 난 뒤, 우리는 해운대 해변가에 자리 잡은 라운지를 향해 걸었다.
"우와~ 바다다!"
바닷가에 사는 이들에게야 별다를 것 없는 바다겠지만, 일 년에 한 두 번 보는 것이 전부다 보니 바다를 멀리서 바라만 봐도 이상하게 설레는 기분이 있다. 두근두근. 남쪽이라 날이 서울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보니, 물에 뛰어든 이들도 종종 보인다. 개막식의 에피소드들을 전해 들으며 3일과 4일에 볼 영화를 예매하고, 일대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해운대 바닷가에는 각종 부스와 바다를 보고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된 의자, 그리고 ‘아주 담담’이라는 영화제를 찾은 감독 및 배우들과 토크쇼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마련된 무대가 있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설치된 작은 무대였지만, 어쩐지 아담하니 예쁜 느낌이 든다.
첫 PIFF, 첫 영화
전주 국제영화제,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등 서울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가 본 적은 몇 번 있지만 PIFF는 처음. 바다도 봤겠다, 예매해 둔 영화의 상영관인 롯데시네마를 가기 위해 영화제 셔틀버스를 탔다. 내가 택한 첫 영화는 ‘엄마의 장례식’. 중국계 미국인인 한 집안의 이야기로, 뿔뿔이 흩어져 살며 데면데면하던 4형제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한 데 모이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PIFF에서 상영되는 것이 세계 최초라는 ‘엄마의 장례식’은 말하자면 ‘월드 프리미어’를 PIFF에서 치른 셈이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상영관 앞으로 나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함께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석에서 걸어 나온 배우들은 역시나 아름답고 멋졌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조우!
같은 곳에서 두 번째 영화까지 보고 난 뒤, 다시 해운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반가운 사람들과 조우했다. 영화제는 일반 관객들에게 평소에 보기 힘든 영화들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반가운 목소리들이 들린다. 영화계에서 일을 하거나 영화를 좋아해 자주 영화제를 방문한 이들을 잘 안다면 길 가다가 우연치 않은 반가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곳. PIFF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제를 즐기러 온 반가운 사람들과 만나 해운대 바닷가를 배경 삼아 이야기도 나누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늦은 밤, 폭죽이 터지는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그 순간, 그때이기에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늦은 시간, PIFF에서의 첫 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둘째 날, 으악! 늦을지도 몰라!!
영화제의 첫 영화는 보통 10시쯤 시작된다. 그렇게 해서 개인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최대 약 4편의 영화까지 볼 수 있도록 시간이 나누어진다. 하지만 전날 PIFF에 왔다는 흥분에 늦게 잠이 든 탓에 깨어난 시간은
영화를 보다 보니, 엄마와 함께 와서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친구 같고, 또 때로는 미워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애잔한 느낌이 드는 엄마와 딸의 관계.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나올 즈음엔, 영화관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남포동, 자갈치 시장이요!
해운대 근처가 부산의 신시가지 라면, 자갈치 시장이 있는 남포동 일대는 구시가지 같은 곳이다. 복잡하고 정신없어 보이지만, 그만큼 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남포동에 설치된 야외무대에 올라 영화제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열중. 발랄한 모습의 한 여고생 무리는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을 찍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전만한 영화제의 활기는 없었다. 자갈치 시장의 번잡함과 어우러진 매력은 많이 반감된 상태. 옛날의 북적거림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PIFF의 규모가 달라진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다만 남포동과 해운대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사실. 버스로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보니 만약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된다면, 그 이동 거리가 만만치가 않아 보고 싶은 영화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만약 남포동과 해운대 쪽 상영관으로 연달아 시간이 배치되어 있다면 눈물을 머금고 한쪽은 포기해야만 한다. 단 몇 분이라도 지각 시에는 상영관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영화제 영화 상영의 원칙이기 때문에, 안타까워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와, 아론 유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온 해운대. 해운대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는 한국계 배우 아론 유가 보인다. 영화제를 찾은 해외 스타들이 팬들과 만나는 자리, 10월 해운대의 날씨도 더웠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마침 무대를 마치고 퇴장하는 배우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스크린이나 TV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 PIFF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지하철 장산 역. 프리머스에 마련된 두 번째 날의 두 번째 영화는 지난 전주 국제영화제의 폐막작이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원한 영화 ‘시선1318'. 10대들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부산 택시의 매력
마지막 영화까지 보고 난 뒤 다시 숙소 근처인 해운대로 도착했다. 셔틀버스도 없고, 마침 일행들도 좀 있는 참이라 PIFF 내내 소중한(?) 운행 수단이었던 택시를 탔다. 부산의 택시는 서울 택시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건 바로 기사님들 덕분이다. 어찌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시는지, 부산의 열성적인 야구 팬부터 시작해서 PIFF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해주시는 터라 이동 중의 지루함은 느낄 틈이 없다. 물론 좋은 분들을 만나는 운이 따랐기 때문이겠지만, (실제로 우리 중 한 명은 바가지를 쓴 경험도 있다고) 아무튼 부산이기에 또 축제이기에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기도 하다.

마지막 날 아침. 이날 예매된 영화 역시
부산 국제영화제의 마지막 영화가 된 ‘밤과 낮’. 올해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었던
악! 결국 늦고 말다!
남포동과 장산. 결국은 그 거리를 좁히기에 한 시간의 여유는 너무나 짧았다. 프리머스 상영관에서 ‘밤과 낮’을 보고 난 뒤에 남포동으로 옮겨 가던 도중, 복잡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결국 우리는 상영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모두가 칭찬하던 영화였는데도 불구하고, PIFF에서의 마지막 영화를 허망하게 놓치고 말았다.
남포동. 영화를 놓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 부산에서의 식사는 유명하다는 밀면! 밀면은 냉면과 비슷하지만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 등을 배합하여 만든 면이라 훨씬 말랑하고 부드럽다. 여기서 알려진 비화 하나.
성질 급한 부산 사람들에서 이 밀면이 유래되었다?! 밀면은 냉면과 흡사하게 보인다. 하지만 냉면과 달리 밀면은 훨씬 면이 부드럽고 삼키기가 좋다. 반면 냉면은 쫀득해서 원래 끊어 먹기가 쉽지 않다. 입안에서도 오래 씹어 줘야 한다. 그게 냉면의 매력이지만, 성격 급한 부산 사람들은 그 시간마저 아깝다는 사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밀면이란다. 진짜냐고? 진실은 ‘믿거나 말거나’다.
안녕, 부산! 그리고 PIFF!
2박 3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 부산역은 서울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다행히 상행선의 기차표는 미리 예매해 둔 터라 어렵지 않게 올라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13회 부산 국제영화제. 내 생애 첫 번째 PIFF. 재미있는 추억과 상영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뛰어다녔던 시간. 그리고 예기치 않았던 반가운 만남 등 짧지만 알찬 기억들로 가득 찼다

